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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아동문학〉옥이와 세 이파리/황령아

2012년 12월 10일 14:57 주요뉴스

따뜻한 봄날이였습니다. 어느 바위돌틈에 파란 애기싹이 뾰족이 돋아났어요. 애기싹은 한밤 자고나서 두잎으로 되고 두밤 자고나서 세잎으로 달라졌습니다.

세 이파리는 바위돌틈이 좁아졌습니다. 그래서 키돋움을 하며 뿌리를 더 깊이 내리였지요. 그러느라고 땀을 흠뻑 흘리고나니 목이 말랐습니다.

마침 하얀 구름 한송이가 산등성이로 둥둥 떠왔어요.

세 이파리는 반가워서 소리쳤습니다.

(삽화 김조리)

《구름아, 구름아, 송이구름아, 비를 좀 주려마.》

송이구름은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아유, 쪼꼬만 풀이로구나. 너 같은걸 위해 고운 내 모양을 흐트러뜨리란?》

세 이파리는 안타깝게 졸랐습니다.

《열방울이라도 좋아, 다섯방울이라도 좋아. 입술만 추기게 해주렴.》

그러나 송이구름은 들은척만척 떠나갔습니다.

《깍쟁이 같은거.》

세 이파리는 콜짝콜짝 울었습니다.

이때였어요. 언덕너머에서 자박자박 발자국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유치원 갔다오던 옥이였어요. 옥이는 걸음을 딱 멈추었답니다. 콜짝콜짝 우는 소리를 들었던거예요.

옥이는 얼른 세 이파리곁으로 뛰여왔습니다.

《아이, 가엾어라. 목이 말라 우는구나.》

옥이는 세번씩이나 산밑에 내려가 맑은 샘물을 듬뿍 떠다가 주었답니다.

샘물을 흠뻑 마시고 난 세 이파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옥이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세 이파리는 움씰움씰 키가 크더니 어느새 푸른 가지를 활짝 펼쳤습니다. 가지마다 구슬알 같은 하얀 꽃들이 가득 피여났습니다. 꽃은 작아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얼마나 귀여웠다고요. 세 이파리는 자기 꽃을 보라고 세상에 뽐을 냈습니다. 하지만 꽃이 작아서인지 암만 기다려도 꿀벌이랑 나비들이 그냥 지나가기만 하였습니다.

어쩌면 좋을가요? 꽃가루를 날라줘야 귀한 열매를 맺겠는데요.

그때 솔솔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세 이파리는 너무 기뻐 소리쳤어요.

《솔솔아, 여기로 오렴. 내 꽃가지도 좀 흔들어주렴.》

솔솔바람은 하하 웃었습니다.

《아유, 이것도 꽃이야? 정 흔들어달라면 흔들어주지.》

심술쟁이 솔솔바람은 휘-익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어찌나 세게 흔들어댔던지 세 이파리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쓰러지면서도 꽃들이 상할가봐 이파리에 꼭 싸안았지요.

《심술보 같은거.》

세 이파리는 슬피 울었습니다.

그때였어요. 언덕너머에서 옥이의 노래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세 이파리는 너무 기뻐 소리쳤답니다.

《옥이야, 옥이야.》

옥이는 노래를 딱 멈추고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아이, 이거 웬일이냐?》

옥이는 세 이파리를 조심히 일으켜주고나서 다시는 넘어지지 말라고 북까지 돋우어주었어요.

세 이파리는 새 힘이 부쩍 솟았습니다.

어느덧 봄도 가고 여름도 가고 가을이 다가왔어요. 세 이파리의 활짝 펼친 가지마다 초롱 열매가 조롱조롱 맺혔습니다. 처음엔 구슬만 하던 열매주머니가 밤알만큼 커졌습니다. 세 이파리는 몸이 무거워 겨우 서있었답니다. 열매들이 빨갛게 익었을 때였습니다.

송이구름이 머리우에서 정신없이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저런, 뾰족이 돋아났을 땐 보이지도 않더니 희한한 열매가 열렸네. 얘야, 너한테 무슨 열매가 그리도 가득 열렸니?》

《안 대줄테야.》

《나 하나 주렴. 가지고 놀게.》

《싫어싫어. 깍쟁이한테는 안 줄래.》

송이구름은 두말도 못해보고 가버렸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솔솔바람이 불어오더니 군침까지 꼴깍 삼키며 말했지요.

《아유 굉장해. 한알만 주렴. 먹어보게.》

《안돼. 심술보는 안 줄테야.》

솔솔바람은 대꾸도 못하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습니다.

이때였어요. 언덕밑에서 귀익은 노래소리가 들려왔답니다.

세 이파리는 노래소리만 듣고도 옥이가 온다는걸 제꺽 알아차렸어요.

《옥이야, 옥이야!》

《왜 그러니?》

옥이는 또 무슨 일이 있나 해서 뛰여왔습니다.

세 이파리는 빨갛게 익은 열매들을 옥이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야, 꼬아리!》

옥이는 꼬아리를 입에 물었습니다. 꿀처럼 달고 새큼한 물이 입에서 살살 녹아나왔습니다.

세 이파리는 옥이에게 말했습니다.

《자 받아, 이건 모두 네거야.》

《아이, 좋아.》

옥이는 빨간 열매주머니를 한가득 안고 언덕너머로 내려갔답니다.

춤추듯 달려가는 옥이의 입에서는 고운 노래소리가 울려나왔습니다.

그것은 빨간 꼬아리가 불러주는 노래였습니다.

나는야 꼬아리

빨간 꼬아리

뽀득뽀득 노래하는

빨간 꼬아리

 

착한 애 고운 애가

나는 좋아서

뽀득뽀득 재미나게

노래하지요

꼬아리의 노래는 옥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그후 옥이와 세 이파리는 더욱 친해졌다고 해요. 얼마나 친해졌는지 세 이파리는 옥이네 집뒤울안으로 이사까지 왔다고 해요.

《남북어린이가 함께 하는 광복 60년동안 가장 빛나는 남북한 창작동화1》중에서

황령아(1955- )

개성에서 출생. 동화《눈 있는 화살》이 전국작품현상모집에 입선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장편동화《이상한 나라에 온 세사람》, 《귀남이》, 《들국화》 등 발표. 공화국창건 50돍기념 문학축전상 작가동맹문학상 수여받음.

(조선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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